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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 무려 4번이나 도전해 당당히 기쁨을 맛본 오뚝이가 있다. 바로 장인옥(47세, 지체3급)씨.

그녀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최하는 ‘제 21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산문부문에서 우수상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한, 두 번 도전해서 안 되면 포기할 법도 한데 계속 도전한 이유가 무엇일까? 뒤늦게 ‘문학’과 사랑에 빠진 그녀를 만나 들어봤다.

“왈왈” 눈이 동글한 강아지 한 마리가 다가온다. 어찌나 붙임성이 좋은지, 처음 보았는데도 낯가리지 않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 때 마침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 씨가 현관문으로 다가온다. 화장을 곱게 한 외형적인 모습에 말도 조곤조곤,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건내는 모습이 학창시절 반 마다 꼭 한 명씩은 있던 ‘문학소녀’ 같다.

“장애는 걸림돌이 아냐”

장 씨는 3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장애인이 됐고 작년 10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왼쪽 ‘편 마비’까지 갖게 됐다. 타인에게는 한 번도 찾아오기 힘든 시련이 장 씨에게는 두 번이나 찾아 왔다.

학창시절 ‘장애가 있어도 배움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온 장 씨.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들의 가시 같은 말들로 인해 평탄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당당히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그녀는 유치원에 보육교사로 취직했지만 한 달도 안되서 쫓겨났다. 장 씨의 걸음걸이를 본 유치원생들이 부모들에게 따라 보이며 ‘절름발이 선생님이 새로 들어왔다’고 얘기했고, 결국 부모들이 해고를 요구해왔기 때문.

“그때는 내가 장애가 있고, 내 장애로 인해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속상했어요. 물론 상처도 많이 받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장애는 걸림돌이 아니에요.”

장 씨는 편견을 깨기 위해 여러 곳에서 일 해왔지만 ‘장애’ 속 편견은 너무 깊게 박혀 있었다.

‘고통속에서 새로운 희망 찾아’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처럼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인쇄 회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양가의 반대 속에서도 허락을 받았다. 예쁜 딸도 낳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약 7년 전 IMF로 인해 장 씨 부부가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가사도 함께 기울어졌다.

그러던 중 장 씨는 친구 관계까지 모두 끊어버리고 2년 동안 은둔 생활로 지냈고, 결국 극심한 우울증과 조울증까지 찾아왔다. 정신과 약에만 의존해 하루하루 이어가던 중 희망의 빛 같은 ‘문학’을 접하게 됐다. 지인의 소개로 4년 전부터 인근 장애인복지관의 여가·문화프로그램 ‘행복한 글쓰기’에 다니게 된 것.

“그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양가 어르신들 반대 무릅쓰고 겨우 허락받아서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여러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니까… 그래도 제가 쓰임 있는 사람인가봐요. 저를 버리지 않고 이렇게 써주시는걸 보면…”

이 한 순간의 계기로 그녀는 장애여성의 눈이 아니라 '장인옥'이라는 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 프로그램에 다니면서 학창시절에 꿈꿔왔던 글도 쓰게 되고, 제 성격도 외향적으로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약에 의존해왔지만 지금은 약도 많이 줄었죠. 저에게 문학은 ‘나’라는 사람의 새로운 물꼬를 트게 해주고, 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죠.”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알고 보니 장 씨는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 뿐 만 아니라 동부화재 온라인 자녀사랑 백일장 등 여러 곳에서 수상을 한 경력자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쓰라린 아픔은 있었다. 바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올해로 벌써 4번째 도전이다.

장 씨는 상처 난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고 오뚝이처럼 재 도전했다. 결국 그녀는 작품 ‘두 여자의 눈물(수필)’로 '제21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산문부문 우수상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이번 작품은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글을 읽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과 교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얻었다.

장 씨의 ‘두 여자의 눈물’은 경의선 기차 안에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인을 보게 되고, 이 여인을 통해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일들이 투영화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펑펑 울게 된다. 도리어 이를 본 여인은 장 씨에게 손수건을 건네주고 기차에서 내린다는 내용이다.

“우수상을 서운해하고, 왜 이거밖에 안되? 하고 자책할 게 아니라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못 받은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만큼 제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거잖아요. 이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행복해져요. ”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가 우수상이라면 서운해 할 법도 한데, 그녀의 긍정적인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그 전에는 내 장애나 내가 갖고 있던 설움을 소재 삼아 글을 써왔었는데 스스로가 그 글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내 아픔이나 어두운 얘기를 써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남들보다 내가 다르고 남들보다 내가 아프게 성장했다는 걸 얘기해주는 거니깐요.”

장 씨는 문학 뿐만 아니라 ‘고양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 임원으로,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의 ‘문촌마을 7단지 자랑이 자라는 마을’ 소식지 기자 등 다방면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봉사단 기금 마련 바자회 준비까지 궂은 일까지 도맡아하며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가가 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장애’가 또 다른 장애를 갖고 온다고 생각하는 것 만큼 힘들어지는 건 없어요. 저도 불과 몇 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생각하는 것도 바뀌었죠. 저의 ‘장애는 제 삶의 큰 자원’이에요.”

장 씨는 20여년간 한 남자의 아내로, 예쁜 딸의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는 ‘장인옥’ 이라는 작가로 독자들에게 찾아가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앞으로 문학 공부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평생교육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함께 글 쓰는 입장에서 대화도 나누고 온 라인 상에서 작품도 공유할 수 있는 ‘넷 카페’를 만들어 앞으로도 꾸준히 작가,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이젠 작가가 되기 위해 계속 도전할꺼에요.”

장 씨의 긍정적인 생각, 오뚝이 같은 도전이 계속 이어지는 한 그녀가 만들어내는 행복한 글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